몇 일전 필자의 클리닉엔 진료예약 때부터 갑론을박하던 부부가 찾아왔다. 그들은 각자 쾌감이 떨어지는데 그 원인이 상대방의 성기능장애 탓이라며 누구의 잘못과 문제가 큰지 확인해달라고 필자를 졸랐다.
“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분 다 신체기능은 정상입니다. “
검진 후 필자가 이렇게 진단하자, 남편과 아내 모두 못 믿겠다며 필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워 한 목소리를 내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의기투합한 동지의 모습이다.
“ 아니, 강박사님, 문제가 없다니요? 저희들은 불만족스럽다구요!”
그들의 항의에 필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니 그제서야 두 사람은 귀를 쫑긋 세운다.
“ 기본 성기능이 아니라 다른데 문제가 있지요. 문제가 있다면 고쳐보시렵니까? “
고개를 끄덕이던 부부, 둘 다 전희의 중요성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남편은 바쁘고 피곤한데 간단히 삽입성교만 원한다. 더구나 예전보다 흥분이 떨어지는 마당에 초반에 발기되었을 때 잽싸게 삽입을 해버리는 게 낫다고 여긴다. 오히려 전희가 길어지면 발기가 수그러들까 신경 쓰여 전희는 더욱 관심 없고 고작 아내의 입술과 가슴을 자극하는 게 전부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흥분이 덜 돼서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남편이 들이대니 즐겁기는커녕 아프기만 하다. 성감대를 자극하는 등 전희를 원하는데, 남편은 들은 채도 않는다. 심지어 어디서 구해왔는지 차라리 윤활제를 쓰자고 고집만 피운다. 용기를 내서 남편에게 전희를 요구했더니 ‘너도 안 해주는데 내가 왜 해주냐’며 큰소리 쳐대니 얄미워서 남편을 자극하기는 더욱 싫다.
“ 남편은 자꾸 거시기를 어떻게 자극해달라는데, 꼭 자극해야 흥분되나요. 예전엔 나만 봐도 발기됐는데, 사랑이 식은 탓이겠죠. 제가 꼭 봉사를 해야 하나요? “
바라만 봐도 흥분이 끌어 오르고, 후다닥 삽입성교를 해도 되는 건 눈에 콩깍지가 씌었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부부가 오래오래 즐거운 성생활을 영위하고 싶다면 상대를 위한 배려가 나를 위한 배려임을 잊어선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희는 상대방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상대방을 자극해서 나 자신의 즐거움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남녀의 성행위에서 남녀 동시에 오르가즘을 느끼는 경우는 성행위 4회중 1회에 불과하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성 흥분의 상승속도가 느리므로 일반적으로는 남성보다 여성의 자극 시간이 더 필요하고 아내를 먼저 자극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또한, 남편을 자극해주면 그 흥분도에 따라 발기 강직도는 올라가고, 발기 강직도는 남녀 성기의 밀착과 자극의 강도를 상승시킨다. 남자든 여자든 성감은 단순히 크기 탓이 아니다. 덧붙여 전희로 여성을 자극하여 흥분도를 올리면 질 근육은 평소의 이완상태보다 훨씬 적절한 탄력성을 갖게 되어 결국엔 남성이 느끼는 감도가 증가한다. 게다가 여성의 질도 혈류량의 증가로 남성이 발기하듯 전정이라 불리는 질구의 혈관주머니가 에어백처럼 부풀어올라 남성의 페니스를 감싸게 되고, 이런 밀착성의 증가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자극감각의 강도를 올려 상호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전희를 하는 것이 상대를 위한 것이라 여긴다면, 이는 이제 버려야 할 편견이다. 전희를 통해 상대방을 흥분시키는 것이 상대를 즐겁게 하는 봉사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성적 쾌감과 만족도를 올리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서로가 즐거울 수 있다.